(*과기사 네트워크 뉴스레터 2025년 9월호에 실은 내용.)
본 논문은 2013/14년 영국의 가로등에 대한 다중 현장 사례 연구를 통해 인프라적 차원에서 특정 대중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핍니다. 당시 발광 다이오드(LED) 기술과 중앙 관리 시스템(CMS)에서의 혁신은 조명 인프라를 새롭게 가시화하였는데요. 저자들은 민속지학 방법론을 사용하여 진행 중인 과정(in-process)으로서의 인프라를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대중이 맡은 역할을 규정했습니다.
정상 작동하는 인프라는 대체로 비가시적입니다. 인프라는 다중적이며, 이질적 행위자들과 조율되(거나 그렇지 못하)고,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끊임없이 대응합니다. 인프라는 일상적으로 대중을 향하기에 특정 유형의 대중 형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대중은 (인프라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되는 대상’과 (정치적 행위자로서 인프라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자' 사이를 오갑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명 기술은 일부 대중을 주체(또는 '대표자')로, 다른 대중을 그 운영 대상으로 형성합니다. 역으로, 대중은 조명 공급 방식 변화의 특수성을 형성하기도 하고 그에 의해 형성되기도 합니다.
저자들은 관례대로 관련 지식이 없는 ‘순수한’ 대중을 상정하였는데요. 대개 과학기술 대중참여(public engagement with science and technology, PEST) 분야에서는 쟁점으로부터 소외된 대중을 이상적인 일반 대중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연구 초반에는 전문 지식의 불확실성 축소가 주된 관심사였으나, 이후 가로등에 대한 지속적 논쟁을 통해 불확실성이 불가피함을 부각되면서 대중 형성으로 초점이 이동했습니다. 연구 데이터가 수집된 시기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이 연구는 인프라가 유동적이었고 가시적이었던 시점에 대중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시사합니다.
한 영역(예: 감광이 CCTV 가시성에 미치는 영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과정은 다른 영역(예: 보행자 활동)에서 새로운 지식의 공백을 드러냈고, 특정 구성 요소에 대한 불확실성은 전체 시스템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신기술이 대중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명 전문가들은 지식과 무지의 패턴을 탐구함으로써 자신의 무지를 인식했습니다. 새롭게 대두되는 대중들은 다른 행위자나 존재자, 특히 잠재적 전문성을 지녔다고 간주되는 존재자들과의 대조 속에서 정의됩니다.
조명 전문가들의 기술관료적 전문성만큼, 주민 대중의 지닌 거버넌스적 전문성 또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기술관료적 지식과 지역 지식을 동원함으로써 조명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 대해 일종의 '초-대중'(supra-public)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들은 일반 대중보다 대중이 원하는 바를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간주되었고, 성공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대적으로 무지한 대중을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재정 삭감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인력 구조 변화가 일반 관리자와 외부 계약자로 구성된 초-대중 구현에 실패하면서 대중의 반발을 촉발했습니다. 조명 인프라의 전략적·규범적 운영이 가시화되자 '상황적 대중'(occasioned public)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참여자들은 명시적으로 자신들을 무지한 대중으로 포지셔닝했는데요. 상황적 대중은 조명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성을 주장했고,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을 재구성했습니다. 이는 대중의 신뢰성, 정당성 또는 지위가 항상 관계적임을 드러냅니다.
LED 설치가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다른 존재자들과의 대비 속에서 규정되었던 대중성 역시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지식 영역과 불확실성이 등장함에 따라 변화하였습니다. 저자들은 가로등 인프라 구축 과정을 통해 대중이 형성되고, 대중이 인프라 운영에 동원되(거나 그러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공공 인프라의 제공자는 주민 대중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초-대중으로 행세합니다. 또한, 변화나 고장 시 인프라 구축 작업과 운영이 가시화되면서 (종종 의도치 않게) 상황적 대중이 형성됩니다. 조명 전문가들은 의도적으로 대중의 무지를 생산했습니다. 주민들은 기술 전문가들에 대한 대중으로서의 자신을 의식하며 (무지하고 무관심한)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대체로 기술적 지식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적 전문성이 반영되기를 촉구했습니다. 따라서 초-대중의 과도한 확장에 대한 기능적 견제와 균형으로서의 대중 참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문성과 무지의 신중한 활용은 특정한 대중을 형성하고, 이러한 대중은 다른 행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됩니다. 본 논문은 (기술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 시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협의의 기회와 관계 속에서, 그리고 거버넌스와 관계 속에서 대중이 형성되는 과정을 조명하였습니다. 가로등과 같은 인프라의 안팎을 순환하는 대중은, “조명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집합체의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