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실력이 우수한 말끼리만 교배해 점점 더 빠른 말을 탄생시킨다. 연재는 이 말이 아직까지 이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런 방식으로 몇 세대 후 태어난 말은 얼마만큼 빨라지는 것일까. 그렇게 빨라진 말들이 끝내 달려야 하는 곳이 경마장이라면 그것은 너무나도 큰 발전과 재능의 낭비처럼 느껴졌다. (58)

연재는 타인의 삶이 자신의 삶과 다르다는 걸 깨달아가는 것이, 그리고 그 상황을 수긍하고 몸을 맞추는 것이 성장이라고 믿었다. 때때로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113)

보호받지 못하면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자유를 주다니. 복희는 그것 역시도 착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 여겼다. (157)

은혜는 한참을 망설이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보경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다가 본인이 한 말을 어기고 싶지 않았는지 이유를 묻지 않고 그렇게 하자고 대답했다. 만일 보경이 이유를 물어봤다면 은혜는 이렇게 대답했을 거다. 돌아오는 길이 외로워, 엄마. 힘들지는 않은데 외로워. 외롭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길을 외롭다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