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킬링타임용으로 좋음 (약자들더러 싸움 붙여놓고 구경하고 싶은 졸렬한 현대인들의 심보를 제대로 저격함)

스포일러 有

단간론파 같은 '배틀로얄 유' 작품을 여러 번 접했지만 정작 그 원조를 본 적이 없음을 반성하며 이번 더보이즈 컴백 컨셉으로 시끌시끌한 김에 보게 되었다.

도입부 노래가 베르디의 레퀴엠(Dies Irae)이길래 짜증나서 멈췄다(...) 좋아하는 곡이지만 남용되는 것 같아 언짢았다. 그건 그렇고, 처음 등장한 여자애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내가 사람 얼굴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탓에 오해한 거였다. 지난 회 우승자를 보여주는 거였구나.

학생 중 한 명이 1학년 때 담임한테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고 질문하자, 담임이 너희가 어른을 공경하지 않아서라고 답한다.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수학여행에 동행한, 정든 자기 반 아이들을 살리고 싶어서 정부에 극구 반대했다가 살해당한 담임 선생님은요? 다같이 오은영 박사님께 데려가야 한다.

'필사적으로 싸워서 가치 있는 어른이 되자'는 담임의 말에 설득력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 하나 살아남기 위해 함께한 친구들을 죽이는 놈보다는 사랑하는 친구의 앞날을 위해 죽어주겠다는 놈이 더 가치 있는 어른인 것 같다. 과연 이 게임의 우승자를 사회에 방생하는 게 더 좋은 사회를 향한 길일까? 누가 자기 손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목을 따고 다니던 사람 옆에서 일하고 싶겠는가. 게임 결과가 방송에 송출되는 모양인데, 어차피 우승해도 일평생 낙인 찍혀 살아가는 삶 또한 고달프겠다.

와중에 최애가 있다... 아... 역시 제일 멋지고 정의로운 놈들이 가는구나... 배틀로얄 속 일본은 자멸의 길을 걷는구나... 마치 잘못된 출산장려정책으로 자연소멸 직전의 대한민국처럼... 순전히 잔인한 서사를 관람하기 위해 탄생한 작품에 이런 지적은 무의미하겠건만, 역시 청소년 범죄율이 증가했으면 같은 반 애들끼리 죽고 죽이게 할 게 아니라 상담센터를 증설하고 복지와 공교육 예산을 늘려야 한다.

최애, 이 박복한 녀석... 게임에 두 번이나...

아무리 봐도 전학생의 존재는 반칙이다. 전속력으로 뛰면서 한손으로 따발총을 갈기다니 이런 특전사 인재를 왜 여기로?

다친 남주인공을 물에서 건져 와 치료해주고 모두를 격려하려 노력하는 착한 여자 조연 같은, 연대의식과 희망을 잃지 않으며 전력으로 살아남으려고 하는 애들이 사회에 필요한 거 아니냐? 왜 일말의 주저도 없이 가까운 사람을 썰어버리는 놈들을 승리자로 방송에 내보내려는 거냐? 청소년 범죄율이 차트를 뚫고 일본 자멸하게 하려고?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에 영화를 덧씌운 것 같다는 인상이 자꾸 든다. 클래식을 엄청나게 많이 틀어줘서 뮤비 느낌이 날 정도다. G 선상의 아리아도 널리 남용되는 곡 중 하나인듯. 잔인한 장면에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 아이러니를 유발하고 비극성을 극대화시키는 기법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것도 클리셰로 굳어서 지겹다.

미츠코 아역이 미츠코와 똑같이 생겨서 혈연관계가 의심된다. 정말 인형처럼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당차구나. 여우같이 간사하지만 이상하게 응원하게 된다. 왠지 모르게 결국 승리하지 못할 거라고 예감하게 되는 인간상.

허둥지둥거릴 때 대사가 심히 에반게리온 같았는데 일본인들을 정말로 아니메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건가? 여자들도 아하핫! 하고 웃을까?

저놈... 진짜 특전사냐? 중3짜리들 싸움에 불사신이 참전하는 건 야비하다고ww~~~~ 어떻게 불길 속에서 걸어 나오는데 호흡기가 멀쩡한 거냐고~~~ 뺨에 생긴 검은 눈물자국이 뭔지 몰랐는데 눈동자가 녹아내린 거래서 식겁했다. 피 묘사는 없어서, 원래 눈동자가 저렇게 깔끔하게 녹을 수 있는 건가 궁금하다. 눈 엄청 아프겠다. 하기야 여기 등장인물들은 총 몇 발 맞는다고 비명 지르지는 않는 듯.

결말이 어이없다. 열린 결말을 의도한 건지, '...그래서 뭐?' 라는 허탈함을 유발한다. 원작 설정을 보면 BR의 존재가 납득되긴 하는데, 영화 배경이 가상의 일본이라 자꾸만 한국의 저출생 해결방안 데자뷰를 느끼게 됐다.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봤다. BR에 나온 인재가 너무 많아서 (입대시키면 딱일 유능한 인물들이 많았는데) 이런 식으로 애들을 썰어버리고 나면 대체 이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는 건가 싶다 ㅋㅋㅋㅋ

액션영화 볼 때마다 기초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배틀로얄에 참가할 일은 아마 없겠지만,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지구력과 근력이 있으면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될 듯. 지각 위기에 뛸 수도 있고.

일본영화 볼 때마다 귀염상의 여배우가 많아서 놀란다. 반면 남배우는 왜 굳이 이런 인물에게 미남/인기인 설정을 부여했나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의외의 역할을 맡은 사람 중 이케멘이 많다. <배틀로얄>에서도 전학생 둘이 제일 위압감 있고 멋지더라.

여담인데, 일본 매체를 보다보면 일본어를 잘 몰라도 이 인물이 칸사이벤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특유의 억양에 갸웃거리다가 '~야'로 문장이 끝나는 걸 듣는 순간 확신하게 된다. 캐릭터성을 위해 자주 등장하는 듯?